2021년은 세계 우주산업의 두 번째 태동기로 평가된다. 1970년대 미국과 소련 간에 치열하던 1차 우주 경쟁이 끝난 후 약 40년 만에 일이다. 우주개발의 중심축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갔고,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이 우주기업들에 투자됐다. 전 세계에서 140회에 가까운 로켓 발사가 진행됐으며 여기에는 한국의 첫 독자 우주발사체 누리호 발사도 포함된다. 올 한 해만 약 1400개의 인공위성이 우주로 올라갔다. 현재 지구 주위를 돌며 작동하고 있는 3400여 개 인공위성 중 약 40%가 올해 발사된 것들이다. 인류 활동의 범위가 지구 저궤도로 넓어지면서 우주를 경험한 인간의 숫자가 600명을 넘어섰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여정이 시작된 지 정확히 60년 만이다. 2023년에는 첫 민간인 달 여행자가 탄생할 예정이다. 이처럼 숨 가쁘게 달려온 2021년이 끝나가고 곧 2022년이 온다. 새해에는 어떤 일들이 인류의 우주개발을 진일보하게 할까. 국내 우주 기업과 연구 기관 전문가, 전문 매체 관계자들 9명의 의견을 종합해 ‘2022년 기대되는 10대 우주 이슈'를 살펴봤다.
① 스타십의 첫 우주비행
지난 11월 12일 미국 텍사스 남부 보카치카의 스페이스X 시설 스타베이스에서 랩터엔진 6개가 부착된 ‘스타쉽’ 우주선 프로토타입 SN20의 테스트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 제공
스페이스X의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의 첫 우주비행이 이르면 내년에 추진된다. 지난 5월 시험 발사에서 고도 3만 피트(9.1km)까지 상승한 후 지상에 안전하게 착륙했고 2022년 1월에는 이보다 더 높은 고도를 목표로 시험비행을 할 예정이다. 현재 비행을 위한 미연방항공청(FA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스페이스X는 내년 스타십을 10회 이상 반복 발사해 안전성을 검증한 후 우주비행에 도전할 계획이다. 스타십의 1회 최대 탑재 중량은 150t으로 현존하는 모든 로켓을 압도한다. 한번 발사에 소형위성 수백 개를 우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스타십이 상용화되면 세계 우주시장의 판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소형 위성 발사체를 만드는 이노스페이스의 김수종 대표는 “스페이스X가 스타쉽을 개발하는 목적은 화성으로 인간과 화물을 운송하기 위한 의미가 강하다”며 “스타십이 우주비행에 성공한다면 인류의 화성 이주가 지금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의미에서 다가오는 성과가 될 것”이라고 했다.
②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새로운 우주의 모습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이 유럽 발사체 아리안5에서 분리되는 모습을 상상했다. NASA 제공
인류 역사상 최고 성능을 갖춘 우주망원경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크리스마스(25일)에 발사될 예정이다.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이 망원경은 지구에서 150만 km 떨어진 곳에서 태양빛의 방해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먼 우주를 촬영하게 된다. 과학계는 이 망원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열, 즉 적외선을 잡아내는데 특화됐기 때문이다. 적외선을 포착하면 우주의 먼지 뒤에 숨은 별까지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게다가 빛은 먼 거리에서 날아올수록 적외선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장거리 관측 능력도 좋아진다. 과학계가 현재 쓰는 허블망원경은 주로 가시광선을 찍기 때문에 제임스 웹 망원경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우주 사진을 촬영할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형일 홍보실장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발사 후 목표 궤도까지 찾아가는 모든 과정은 지금까지 우주 궤도에서 실행한 가장 도전적인 과제 중 하나”라며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돼 첫 사진을 지구로 보내온다면 우주의 비밀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는 흥분에 앞서 인류가 만들어 낸 고도의 우주 과학 기술에 먼저 감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③ 인류 최초 ‘소행성 충돌’ 실험
인류를 멸종시킬 수 있는 잠재적 위협인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구할 가능성을 타진할 최초의 실험이 내년 9월경 진행된다. 지난 11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 ‘쌍 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주인공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이 무인 우주선은 내년 9월 말쯤 지구에서 약 1100만㎞ 떨어진 지점에서 지구 근접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초속 6.6㎞ 속도로 충돌할 예정이다. 디모르포스는 지름이 약 160m로 축구경기장 크기이며, DART 우주선은 무게 620㎏의 소형차 크기다. 디모르포스는 지구 근접 소행성인 지름 780m의 디디모스를 위성처럼 돌아 ‘디디문’으로도 불리는데, DART 우주선의 충돌로 디모르포스의 공전 주기가 1% 미만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공전 주기가 73초 이상 바뀌면 인류 최초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데 성공한 것으로 간주된다. DART 우주선이 소행성과 충돌하는 모습은 이탈리아의 인공위성 ‘리시아 큐브’가 촬영해 지구로 보낼 예정이다.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지사 대표는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 등 영화에서만 다뤄졌던 이야기가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면서 “소행성에 대한 이해를 확장함으로써 과학 연구뿐만 아니라 자원으로서의 소행성 개발에 대한 자료도 더 많이 얻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했다.
④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본격 시작
2022년은 미국의 ‘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이기도 하다. 2025년 NASA 우주인 두 명을 달 표면에 착륙시키는 것이 목표인 미국은 내년 상반기 중 이들이 탑승할 우주선 ‘오리온’의 첫 번째 무인 발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오리온 우주선은 초 대형 발사체인 SLS에 실려 우주로 올라가며 오리온은 발사 후 약 40일 동안 달 주변을 두 바퀴 돈 후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를 통해 NASA는 오리온 우주선의 안전성과 성능을 점검하고, 이를 기반으로 2023년으로 예정된 오리온 우주선의 첫 유인 비행을 준비하게 된다. 2023년 비행에는 우주인 4명이 탐승할 예정이며 이들은 달까지 가기는 하지만 착륙하지는 않고, 대신 달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우주선의 성능을 점검한 후 지구로 돌아오게 된다.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STEPI 연구위원)은 내년에 있을 무인 발사를 “미국 중심의 우주탐사 리그가 시작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⑤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발사
한국 달 궤도선이 달에 근접하고 있는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8월에는 한국 최초의 우주탐사가 시작된다. ‘한국형 달 궤도선’(KPLO)이 그 주인공이다. 내년 8월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되는 이 무인 탐사선은 약 1년간 달 주위를 돌며 탑재된 과학장비를 이용해 달 표면의 지형 관측과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 실험 등을 수행하게 된다. 궤도선은 미국의 달 유인 착륙 후보지를 측정하는 임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노형일 항우연 홍보실장은 “한국이 만든 인공 물체가 달에 가는 장면을 본 미래 세대들이 ‘루나 키즈’로 자라나 우주에서 미래를 펼쳐가기를 기원한다”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인 ‘네이처’도 내년에 이뤄질 각국의 달 탐사 사례를 소개하면서 KPLO를 주요 사례로 소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며 “한국이 달 탐사에서 확보한 정보를 활용해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했다.
⑥ 중국 ‘텐궁’ 우주정거장 완성
현재 중국이 건설하고 있는 우주정거장 ‘텐궁’이 2022년 말까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텐궁의 완성은 중국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1970년대부터 40여 년간 유지되고 있는 미국의 ‘우주 패권’을 흔드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텐궁을 통해 얻은 새로운 기술과 과학적 발견 그리고 외교적 네트워크는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많은 정부와 기업들이 텐궁에서 다양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이 신청한 프로젝트 중 현재까지 9개 프로젝트의 진행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동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은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중국의 급부상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우주 기술의 여전한 초강대국인 러시아가 어느 쪽과 더 협력을 할지도 주요 관심사”라고 했다.
⑦ 새로운 국제 우주 규범의 탄생
2022년은 우주와 관련한 새로운 국제규범의 탄생을 위한 산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느슨한 현재 국제규범의 허점을 이용해 미국과 중국이 빠르게 우주를 군사적 요충지화 하고 있고, 너무 많은 인공위성의 발사와 그로 인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우주 쓰레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경제권이 달까지 확장되어가는 상황에서 달 자원에 대한 채굴권과 소유권 등 기존의 국제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에 대한 정리도 빨리 처리되어야 할 일들이다. 유엔은 최근 우주의 군사적 요충지화에 제공을 걸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했다. 지난 11월 유엔에서 군축과 국제안보를 담당하는 제1위원회가 ‘우주에서의 위협적이고 무책임한 행위’를 논의할 워킹그룹의 설치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워킹그룹을 중심으로 2022년 한 해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⑧ 우주여행은 쭉 계속된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관광 비행선 유니티2 탑승자들. 왼쪽부터 조종사인 데이브 맥케이, 탑승객인 버진 갤럭틱의 콜린 베넷, 베스 모세스, 리처드 브랜슨 회장, 시리샤 밴들라, 조종사인 마이클 마수치. 버진 갤럭틱 제공.
2021년이 우주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해였다면 2022년은 이 산업의 성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2월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한 우주여행이 예정되어 있다. 전 NASA 우주인 한 명을 포함한 총 네 명의 민간인이 미국의 우주벤처 악시옴 스페이스가 구입한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곤 우주선을 타고 ISS에 가서 8일간 체류한 후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버진 갤러틱과 블루오리진도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개선된 우주여행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새로운 도전자도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자국의 주력 우주선인 소유즈를 이용한 민간인 우주여행을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중국의 민간 우주선 제조사인 아이스페이스도 우주여행용 우주선 개발을 발표했다.
⑨인도의 유인우주선 발사 도전
미국과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유인우주선을 발사하는 나라가 되려는 인도에게 2022년은 목적 달성을 위해 중요한 한 해가 될 예정이다. 자국 우주인이 탑승할 ‘가가얀’ 캡슐의 무인 발사가 두 차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주선은 인도가 만든 GSLV 로켓이 사용된다. 두 차례 무인 발사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인도는 2023년 자국 우주인 3명을 가가얀 캡슐에 태우고 인도 사상 첫 유인우주선 발사를 시도하게 된다. 이노스페이스 김수종 대표는 가가얀 프로젝트를 “유인 발사는 인도의 야심 찬 우주개발의 정점을 찍는 사건”이 될 것이라며 “유인 비행에 성공한다면 인도는 세계선두권의 우주기술을 확보했다는 위상을 차지함과 동시에 우주 개척까지 가능한 수단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⑩누리호 2차 발사
11월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누리호가 화염과 연기를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위성 모사체의 궤도 안착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과기정통부 제공고흥 나로우주센터=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이 독자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가 2022년 5월에 추진된다. 지난 10월 21일 1차 발사 당시 1.5t의 위성 모사체를 실었지만 2차 발사 때는 0.2t의 성능 검증 위성과 1.3t의 더미 위성을 함께 싣는다. 1차 발사에서 누리호는 우주를 향해 날아올라 고도 700㎞ 궤도에 올랐다. 발사는 성공적이었지만, 당초 목표로 삼았던 위성 모사체의 궤도 안착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원인은 3단 산화제 탱크 압력 저하로 연소가 정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차 비행시험에 성공하면 한국은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에 이어 7번째로 중량 1t의 실용급 위성 발사국이란 의미를 갖게 된다. 노형일 항우연 홍보실장은 “누리호 2차 발사에 성공한다면 우리가 만든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도전과 함께 발사 성능을 개량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본격화 될 것”이라고 했다.
그밖에 관심 가져야 할 소식들
박성동 쎄트렉아이 이사회 의장은 10대 뉴스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내년으로 예정된 우리나라의 차세대중형위성 2호, 아리랑 6호와 7호, 차세대소형위성 2호, 한국천문연구원이 만든 우주환경 관측 나노위성 ‘도요샛’의 발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2022년은 우주탐사 이벤트의 해”라고 했다. 그는 화성 토양 속 생명체 탐색을 위해 유럽우주국(ESA)와 러시아 연방 우주국 로스코스모스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엑소마스(ExoMars) 프로그램도 관심을 갖어야 한다고 했다. 2022년 9월 발사될 예정인 로버와 착륙선은 2023년 6월화성에 착륙, 토양 속에 생명체의 존재 여부 탐색할 예정이다. 장 교수는 ESA가 추진하는 목성 탐사위성 쥬스(JUICE)와 유클리드 적외선 우주망원경의 발사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는 보잉의 유인우주선 ‘스타라이너’의 시험비행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스페이스X 크루드래건에 이어 지구와 ISS를 연결하는 미국의 두 번째 유인 우주선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스타라이너의 두 번째 시험 비행은 5월로 예정되어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팀장은 지구 저궤도에서 펼쳐지고 있는 ‘우주 인터넷’ 경쟁과 서비스 확대를 2022년에 주목해야 할 이슈로 뽑았다.
의견 주신 분(가나다순):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지사 대표,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 노형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홍보실장,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 이성희 컨텍 대표,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 팀장, 박성동 쎄트렉아이 이사회 의장, 박시수 스페이스뉴스 서울특파원,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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