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와 배터리 등 차세대 산업의 패권을 쥐려 경쟁하는 미국과 중국이 달 개발을 둘러싸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유인 달 탐사 계획의 착륙 후보지로 서로 같은 곳을 점찍으면서 양국 신경전은 더욱 격해졌다.
NASA는 지난달 20일 약 반세기 만에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III’ 미션의 착륙 예정 지역 13곳을 발표했다. 오리온 우주선에 탑승한 비행사들이 달에 안착할 후보들은 영구 그림자로 강렬한 태양빛을 피할 수 있고 물 존재 가능성이 있는 달 남극에 집중됐다.
달의 남극에 전진기지를 짓고 자원을 활용하고 싶은 것은 NASA뿐만은 아니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킨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심우주 탐사 저널(Journal of Deep Space Exploreration)’에 낸 최근 자료에서 ‘창어 4호’의 달 탐사 미션 착륙 후보지 10곳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NASA가 이미 손꼽은 ‘피크 니어 섀클턴(Peak Near Shackleton)’과 ‘하워스(Haworth)’ ‘노빌레 림(Nobile Rim)’이 포함됐다. NASA는 CNSA가 정한 우주인 착륙 후보지가 자신들의 것과 세 군데나 겹친다고 발끈했다.
미션 시기를 두고도 양국 신경전이 한창이다. 중국은 달 남극에 묻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얼음을 조사하기 위해 탐사 로버 등을 달로 보내는 ‘창어 7호 미션’을 2024년 무인으로 치를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 7월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 구축에 필요한 실험 모듈 발사에 성공했고 9월 들어서만 벌써 두 차례 지구 관측 위성을 쏘아 올리며 기세가 올랐다. 반면 미국은 야심 차게 준비한 ‘아르테미스 계획’의 첫 미션부터 차질을 빚었다.
달의 남극 지역은 그림자를 이루는 지역과 태양광을 받는 곳이 혼재한다. 대기가 없는 달에 내리쬐는 태양광은 표면 온도를 최고 120℃ 넘게 올려버린다. 때문에 우주비행사가 착륙할 적합한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태양광과 이를 막아주는 그림자의 비율은 단 몇 ㎞ 정도 거리에서 변동한다. 이런 이유로 달 탐사 국가가 늘어날수록 남극을 중심으로 착륙 지역이 겹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2030년대 달 남극에 우주개발 거점을 건설할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를 발판 삼아 화성 등 보다 먼 우주를 탐사하겠다는 전략도 비슷하다. 가장 진보한 우주개발 기술을 가졌다는 미국과 최근 성장이 무서운 중국의 협력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도 무방하다.
NASA의 빌 넬슨(80) 국장은 지난 8월 28일 NBC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우주개발이 지나치게 은밀하고 비협조적이라고 공개 비난했다. 중국은 바로 다음 날 NASA의 ‘아르테미스I’ 미션이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 로켓 발사 실패로 연기되자 자국 기술이 훨씬 낫다고 자랑했다.
우주개발에 있어 양국은 상당히 배타적이다. 미국법상 중국 우주비행사는 정보 유출 등의 이유로 국제우주정거장(ISS) 출입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중국은 발사체의 페이로드 정보 등을 꽁꽁 숨겨 NASA의 비판을 받아왔다.
우주개발은 행성 이주나 자원 확보 등 인류의 공통된 목적을 위한다는 점에서 앞선 기술을 보유한 국가들의 협력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미국이 유럽 각국이나 캐나다와 공동으로 운용하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좋은 예다.
극한 대립 중인 미중 양국과 관련, 한 전문가는 “우주개발 패권을 잡기 위한 어느 정도의 다툼은 이해관계상 불가피하다”면서도 “현재의 미중 양국 같은 우주개발 선진국들의 과도한 경쟁은 한창 바람을 타는 우주개발 자체에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달이라고 예외 없는 미중 패권 다툼 - 스푸트니크::sput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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