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5 구매하고 즐긴 첫 게임인데…"
하반기 콘솔 기대작이 대거 출시된다는 소식에 그동안 고민했던 플레이스테이션5를 큰맘 먹고 구매했다. 설렘이 가득할 수밖에 없는 첫 게임. 주인공은 '발키리 엘리시움'이다.
이 게임은 트라이에이스의 인기 시리즈였던 발키리 프로파일의 2022년 최신작이다. 모바일이 아닌 콘솔로 발키리 프로파일이 출시된 것은 14년 만이라 팬들 사이에서도 기대감이 남달랐다. 개인적으로도 발키리 시리즈를 즐겨보지 않았고 트레일러에서의 첫 인상도 마음에 들어 기대가 컸다.
하지만 정식 버전으로 플레이하면서 머릿속은 "너무 기대했나?"라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캐릭터 모션과 그래픽 표현 그리고 컷인 및 연출 모두 이질감이 느껴져 몰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호평할 만한 부분은 BGM과 성우 연기였다. 가끔 눈을 감고 BGM을 감상하거나 라디오 감상하듯 듣고 있는 것이 편안하고 재밌다고 느껴질 만큼 뛰어난 퀄리티를 자랑했다.
유저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각종 리뷰와 커뮤티니에서도 "기적적으로 후속작 나왔는데 실망했다", "달리는 모션이 완전 나루토네", "에인헤랴르의 오의 연계 시스템은 살려두면 좋았을 텐데", "미완성 게임이라 생각된다", "발매일에 조용한 게임은 이유가 있다" 등 실망감을 쏟아냈다.
장르 : 액션 RPG
출시일 : 2022년 9월 29일
개발사 : 솔레일
유통: 스퀘어에닉스
플랫폼 : PS, XBOX, PC(11월)
■ 그래픽 "아쉬워"
- 캐릭터 외곽선을 너무 두껍게 처리했다 - 강조된 캐릭터와 다르게 배경은 매우 흐릿하다"겉모습은 좋아보이지만 실체는 아니다"
굉장히 애매모호한 표현이다. 하지만 이 게임의 그래픽 평가에는 어울린다. 명확하게 고른다면 '만족감을 느끼기엔 부족하다'에 무게가 쏠린다.
기자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대부분 즐겨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담겨진 스퀘어에닉스의 그래픽 감성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강조하지만 감성만이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그래픽 퀄리티와 비교하면 한없이 부족하다.
세부 요소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미완성된 파이널판타지 느낌이랄까? 이 게임을 처음 대면했을 때는 "괜찮은데?"라고 생각했다가 금세 "어색하다"라고 느껴진다.
배경과 캐릭터가 조화롭게 스며들지 않는다. 배경은 선명하지 않게 처리한 반면 캐릭터는 외곽선을 굵게 처리한 탓에 너무 뚜렷하다. 현실적인 그래픽 배경 속에 카툰렌더링 캐릭터를 덩그러니 세워둔 듯한 느낌이다. 스퀘어에닉스라는 유명 게임사가 이런 퀄리티를 보여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물론 애니메이션풍 그래픽을 선호하는 플레이어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그래픽 요소라도 각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야 그 진가가 발휘된다. 이는 마치 축구팀에서 각 포지션의 에이스들을 모아놨는데 서로의 자존심으로 협력하지 않아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는 상황과 같다.
원작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발키리를 포함한 인물들의 생김새도 어딘가 어색하다. 외모가 못생긴 것도 아니고 특정 부위가 이상하다고도 말하기 애매하다. 딱 봤을 때 부자연스럽다. 정말로 니어 오토마타 캐릭터 디자이너 '나가이 유야'의 작품이 맞는지부터 의심이 들 정도다.
폰트, 인벤토리, 캐릭터 정보 등 인터페이스 요소들은 '고급스럽다'까진 아니지만 심플하면서 나름 세련된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다만 UI의 디테일은 부족했다. 적의 약점에 따라 무기를 변경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는데 무기 스위칭 슬롯은 2개 밖에 제공되지 않는다. 슬롯에 적합한 무기가 없다면 인벤토리에서 다시 교체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해당 플레이가 너무 귀찮아서 어지간히 불가능한 상황이 아니라면 무기를 바꾸지 않고 진행하기도 했다.
스킬 이펙트는 시간과 범위를 간결하게 처리하면서 제한된 범위 안에 화려함을 살려냈다. 확실히 꽤 공을 많이 들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액션 RPG 특성상 스킬 이펙트가 화려할 경우 캐릭터와 적이 가려지거나 눈에 피로감을 빠르게 누적시키는 경향이 있다. 발키리 엘리시움의 스킬 이펙트 표현 방식은 플레이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타격감까지 끌어올리는 효과를 주는 만큼 칭찬할 만했다.
■ 조작감 "불편해"
- 타깃을 지정할 때 키 배치가 고정적이라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 스킬을 활용한 전략적 요소는 재미 포인트다 - 인터페이스는 심플하게 설계됐다조작감은 개인적으로 최악이었다. 키 배치, 맵이 대표적이다. 발키리 엘리시움은 오픈월드가 아니다. 각 챕터마다 제공하는 임무에 따라 정해진 루트로 진행하는 형태다. 단순히 메인 퀘스트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진행 도중 플레이어는 영혼들을 해방시키거나 성장에 필요한 아이템을 습득하는 등 서브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이때 발키리 엘리시움의 맵은 전체 지역만 보여준다. 메인 퀘스트만 진행한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겠지만 서브 콘텐츠로 각종 요소들을 찾아야 할 땐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 불편하다. 맵 ON, OFF를 정말 많이 반복해야 한다. 그렇다고 전체 맵은 친절한지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리딩 장치과 미니 맵이 없어 콘솔 게임 고수가 아닌 이상 스무스한 진행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서브 콘텐츠를 받자마자 진행할 수 없는 것도 불편 요소였다.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한 후 다시 서브 콘텐츠를 선택해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서브 콘텐츠도 한꺼번에 진행하는 것이 아닌 개별 진행 방식이라 스토리와 완전 동떨어진 느낌을 제공한다. 솔직히 서브 콘텐츠들을 배제한 플레이가 나을 정도다.
다음은 키 배치다. 액션 게임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버튼을 눌러야 하는 만큼 키 배치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보통 유저가 편하게 게임할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발키리 엘리시움은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이 아닌 3가지 프리셋만 제공하기 때문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공격, 방어 요소를 한 곳에 몰아서 조작하는 것을 선호해 가드와 회피가 가까이 배치된 '프리셋C'가 가장 손에 맞았다. 하지만 이것도 소울 체인이 '□' 버튼에 위치한 탓에 적응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 전투 "재밌다"
- 전투 구조는 기본적으로 히트&런이먀 타격감과 속도감은 쏠쏠한 재미를 제공한다 - 소울 체인은 발키리 엘리시움의 시그니처 요소다 - 스킬을 올릴수록 한층 화끈한 액션을 느낄 수 있다전투는 발키리 엘리시움에서 가장 인상적인 요소다. 정확히는 전투 하나에만 모든 리소스를 담아낸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전체적인 전투 스타일은 라이트한 핵앤슬래시와 비슷한 구도로 설계됐는데 퀘스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투로 이어지는 전개가 마음에 들었다.
조작감은 불편해도 전투에서 느껴지는 타격감과 속도감은 일품이다. 그 중심에는 '소울 체인'이 있다. 소울체인은 지형을 이동하는 것 외에 빠른 속도로 적에게 근접하는 특수 기능이다. 어떤 모션에서든 곧바로 소울 체인을 사용할 수 있어 속도감이 상승했다.
만약 이 게임에 소울 체인이 없었다면 흔한 액션 RPG와 비슷했을 것이다. 마치 스칼렛 스트렝스에서 염력 액션이 없으면 차별성이 없어지는 것처럼 소울체인은 발키리 엘리시움의 시그니처 요소였다.
에인헤랴르와 디바인 아츠라는 전투 도우미 요소가 있어 비교적 쉽게 헤쳐나갈 수 있다. 이때 에인헤랴르를 어떻게 소환하느냐에 따라 속성이 달라지거나 지형지물을 통과할 수 있으니까 전략적인 재미도 쏠쏠했다.
스킬과 콤보 연계는 전투의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콤보를 성공했을 때의 쾌감이 짜릿한데 이것이 앞서 언급한 무기, 속성, 마법에 따른 전략적 재미와 융합되니까 전투를 진행할 때만큼은 확실히 재밌다. 스킬은 레벨을 올릴수록 기본적으로 범위가 넓어지는 형태라 액션성이 더욱더 부각된다.
개인적으로 몰입감을 저해하는 요소도 있었다. 바로 모션이다. 발키리는 북유럽 신화에 어울리는 존재다. 시대적 배경, 의상, 물건 등 전부 비슷한 테마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발키리의 모션은 닌자에 가깝다.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달리는 모션부터 닌자가 떠올랐다. 첫 인상을 망가뜨린 요인이었다. 게임을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이 모션을 보고 있으니 다회차 의욕은 솟아나지 않았다.
여기에 카메라 앵글도 문제다. 한 곳 소울 타겟으로 지정해도 어느 순간 바뀌거나 해제된다. 게다가 타겟을 지정하면 카메라 각도가 정면이 아닌 기울여서 바라보는 것도 불편하다.
특히 카메라 자체 시야가 좁은데 시약 밖에서 날아오는 화살 한 대만 맞아도 발키리가 쓰러지니까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정말 축구에서 '다이빙'이라는 표현이 이럴 때 사용하는 단어라고 느꼈다. 카메라 앵글의 경우 다수의 유저가 불만을 제기한 요소인 만큼 조금 더 섬세하게 제작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스토리 "진부해"
- 안 그래도 익숙한 세계관라 진부한 스토리는 더욱더 단점으로 작용했다 - 주인공에게 몰입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 - 주변 인물들과의 서사도 자세하게 풀어냈으면 좋았을 것 같다스토리의 완성도는 높지 않았다. 아니, 진부했다. 먼저 NPC, 컷인, 대사가 거의 없어 캐릭터의 성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주인공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니까 스토리에 빠져들기도 어려웠다. 그나마 아름다운 BGM과 성우들의 명품 연기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다.
이로 인해 스토리가 중심인 콘솔 플랫폼 RPG에서 전투만 기다리는 기이한 현상이 빚어졌다. 게다가 스토리를 진행할 때 분량을 의식한 탓인지 반복 전투를 너무 많이 넣어놨다. 칭찬했던 전투의 재미까지 지겨워지는 구간도 존재했다.
비슷한 게임으로는 '스칼렛 스트렝스'가 있다. 전투는 정말 재밌게 만든 스칼렛 스트렝스도 스토리 흐름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확하게 스토리 구성으로 비교하면 스칼렛 스트렝스가 선녀처럼 보일 정도로 형편없다.
4가지로 구성된 멀티 엔딩 시스템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것도 최근 트렌드에서 멀어진 시스템을? 진 엔딩 외엔 공감대 형성은 커녕 연출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 엔딩을 보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목적으로 멀티 엔딩을 구성했다면 안일한 판단이다.
안 그래도 처음에는 괜찮은 전개를 보여주다가 중반부 스토리 흐름이 급격하게 단순해진 바람에 지루한데 엔딩까지 엉성하니까 진 엔딩까지 진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멀티 엔딩의 코스트를 중반부 스토리 연출에 더 공을 들이고 엔딩을 진 엔딩으로만 고정하면 훨씬 더 좋은 느낌을 제공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도움을 주는, 스토리에 필요한 존재라기보다 짐 덩어리에 가깝다. 힐드가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클리셰 또한 빈도가 너무 잦아서 불쾌감을 유발했다.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주변 인물들은 4인의 '에인헤랴르'다. 이들과 만나기 위한 시나리오가 오히려 메인 퀘스트보다 즐거웠고 이를 얻었을 때의 성취감도 높았다.
■ 총평 "JRPG로 만나고 싶다"
- 전투, 전투, 전투 "이것만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 같기도..." - 업데이트와 DLC 혹은 다음 시리즈에선 개선된 모습으로 볼 수 있길...JRPG에서 액션 RPG로 전향할 이유를 모르겠다. 솔레일은 과거 '나루토 투 보루토: 시노비 스트라이커'로 호평을 받은 개발사다. 팬들도 이 부분에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플레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굳이 발키리 IP의 장르를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만 남았다.
형편 없는 게임까지는 아니다. 스토리, 전투, 조작, 그래픽, 디자인 전부 형편 없는 게임이 수두룩한데 전투의 재미는 제대로 잡았으니까 최악은 아니다. 하지만 그 구성이 새롭게 발키리 IP를 접한 유저는 물론 전작 팬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는 없다. 발키리 IP 팬 입장이라면 분노를 참지 못할 것이다. 스퀘어에닉스 팬 입장에서도 이번 작품은 패스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도 발키리 프로파일을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어 발키리 IP 입문용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많은 작품이었다. 트레일러의 퀄리티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트레일러에서 보여준 내용들이 전부라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 예상이 적중했다.
좋게 생각하면 새로운 도전으로 재미 포인트를 찾아낸 것이다. 개인적으론 액션 RPG가 아닌 페르소나 시리즈처럼 고퀄리티 턴 방식 JRPG로 출시되길 바란다. 액션 RPG를 계속 고집할 경우 이번 작품에서의 피드백만 제대로 이뤄저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스퀘어에닉스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하면서 추후 힐드를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조작할 수 있는 '전용 모드'와 높은 난도의 타임어택 콘텐츠 '세라픽 게이트' 등이 추가된 DLC를 오는 11월 출시한다고 밝혔다.
진 엔딩을 모두 감사하면 즐길거리가 없는 것도 지적된 만큼 콘텐츠 다양성 확보는 분명 필요한 조치다. 만약 DLC 버전에서 연출, 조작, 카메라, 몬스터·맵 재활용 등 단점으로 꼬집은 부분까지 대거 개선된다면 그때야 말로 이 게임을 적극 추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점1. 전투에서 느껴지는 타격감과 속도감이 준수하다.
2. 에인헤랴르 시스템으로 난이도가 쉬운 편이다.
3. BGM, 성우 연기가 일품이다.
단점1. 전체적인 그래픽 표현에서 이질감이 느껴진다.
2. 용두사미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스토리가 엉성하다.
3. 발키리 프로파일의 추억을 느끼기엔 만족스럽지 못한 완성도.
문원빈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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