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에나 등장할 것 같은 이야기지만 2013년 2월 실제로 지름 17m 소행성이 러시아 첼랴빈스크주 하늘에서 폭발해 운석우들이 땅에 떨어지고 그로부터 16시간 뒤 지름 45m의 소행성이 지구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습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2022년 11월 기준 지구에 근접하거나 충돌할 확률이 높은 잠재적 위험 소행성은 2304개이며, 향후 100년간 지구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큰 소행성은 22개입니다. 지름이 140m인 소행성은 도시 하나를 붕괴하고, 지름이 1km를 넘는 소행성은 전 세계를 황폐화할 만큼 파괴력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NASA는 인류의 첫 소행성 충돌 실험인 ‘DART’ 임무를 계획했어요. DART는 쌍 소행성 궤도 수정 시험의 약자로, DART라는 이름의 무인 우주선을 ‘디모르포스’라는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도록 하는 임무입니다.
디모르포스는 소행성 ‘디디모스’의 주위를 공전하는 위성 소행성으로, 지름은 170m이고 지구에서 약 1080만km 떨어져 있습니다. 궤도상 지구에 위협이 되는 대상은 아니지만, 크기와 위치를 고려해 실제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려는 위험한 상황을 대처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어 표적으로 선정했지요.
2021년 11월 24일 DART 팀은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우주선을 발사했어요. 10개월이 지난 2022년 9월 26일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충돌하면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연구원들은 이를 위해서 소행성의 공전주기, 속도, 운동량을 이용한 계산하고 소행성의 움직임을 3D 모의실험으로 만들었어요.
앞으로도 DART 팀은 디모르포스를 계속 관찰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소행성에 관해 자세히 연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엔 수학자가 있습니다. 과연 수학자는 DART 팀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 소행성의 궤도를 바꾼 치밀한 계산
DART 팀의 일원인 웬디 칼드웰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원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하면서 소행성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연구했던 소행성은 ‘16 프시케(16 Psyche)’로, 알려진 소행성 중 17번째로 크고 10번째로 무거운 소행성이지요. 당시 NASA에서 16 프시케를 수학적으로 모형화하는 연구 주제가 있었고 개인적으로 흥미를 느껴 그때부터 꾸준히 소행성을 연구했습니다.
“학부 시절 우연히 응용수학을 공부하던 대학원생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이론을 연구하는 순수수학과 다르게 응용수학은 자신이 한 연구의 영향을 곧바로 체감할 수 있다고 느꼈어요. 물론 순수수학도 중요하지만, 대수나 행렬을 공부할 때 이 학문이 인터넷의 발전을 가져올지 알 수 없잖아요. 하지만 응용수학에서는 코로나19 같은 질병의 전파를 모형화할 수 있어요. 연구를 통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어 좋아요. DART 미션은 박사 지도 교수님의 권유로 2019년 9월 공식적으로 참여하게 됐지요.”
웬디 연구원은 DART 팀 중 ‘충돌 모형화 작업 그룹’에 속해 있어요. 이 그룹은 소행성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궤도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 모형화하는 일을 해요. 우주선이 소행성에 충돌하는 상황을 모의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역할이지요.
“저는 주로 3D 모의실험을 도맡았어요. 소행성이 무슨 물질로 이뤄져 있느냐에 따라 충돌했을 때 양상이 달라져요. 그래서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해서 소행성의 물질적 특성을 정확히 알아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여러 테스트와 많은 계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굉장히 빠른 슈퍼컴퓨터를 사용해서 작업했지요.”
● DART 팀 구성원과 수학자의 역할
DART 팀에는 NASA, 미국 응용물리연구소를 비롯해 심지어 케냐기술대 전문가까지 모여 있습니다. 수백 명의 전문가가 참여한 만큼 전문 분야도 다양합니다. DART 팀에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있을까요. 특히 그중에서 수학자의 역할은 뭘까요.
대부분의 사람이 여러 범주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당 전문가가 정확히 몇 퍼센트라고 이야기하긴 어려워요. 전체 구성원에서 수학자의 수는 많지 않지만, 수학은 DART 임무에 매우 중요해요. 지질학자, 천문학자, 공학자 모두 뛰어난 수학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고 엄청나게 많은 수학 계산을 수행했거든요.
● 수학의 본질은 창의성
Q. 원래 소속돼 있는 미국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저는 계산 물리학 부서의 검증 및 분석 그룹에 속해 있어요. 연구실에서는 주로 코딩을 하거나 소행성 충돌과 같은 물리적 사건의 모의실험을 진행해요. 또 지하 핵실험 같은 폭발이나 이로 인해 형성되는 분화구들을 연구합니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프로젝트를 함께하기도 하지요."
Q. 대학원 때 소행성 이외에도 약물 중독을 연구했는데, 이 연구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약물 중독 환자를 총 다섯 가지 그룹으로 분류한 뒤 각 그룹의 변화를 알아봤어요. 예를 들어서 약물에 중독된 사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재활 중인 사람 등으로 나눈 다음 어떤 그룹에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들을 추적했어요. 이러한 변화는 시간의 흐름처럼 하나의 변수에 따라 다른 변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설명하는 ‘편미분방정식’을 이용해 해석하지요. 소행성 연구에서도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변수들의 편미분방정식을 세운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할 수 있어요."
Q . 흔히 수학자라고 하면 책상에 앉아 문제만 푸는 모습을 떠올리잖아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전형적인 수학자처럼 보이지 않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수학자이지만 머리를 화려하게 염색하고 피어싱도 했거든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학자 같은 면모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저 같은 사람도 수학자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수학의 본질에 ‘창의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고 이 문제가 어디에 적용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게 다 창의성에서 나온 결과지요. 부모님 모두 음악을 전공하셔서 저도 그러한 창의성을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수학 외에도 춤, 뮤지컬 연출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면서 다른 방법으로 저의 창의력을 발휘하지요."
Q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앞으로 1, 2년 정도는 디모르포스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DART 미션을 잘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 이외에는 두 학생과 각각 크레이터와 암석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그 연구도 잘 했으면 좋겠어요. 수학자인 남편과도 SNS 마케팅에 대한 수학적 모형화 연구를 하고 있어요.
응용수학은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고 저는 새로운 것들을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이 연구 이외에도 계속 새로운 연구를 진행할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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