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이 30시간 촬영한 딥필드 사진
3개 은하단이 병합 중인 판도라 은하단
강력한 중력으로 ‘우주의 돋보기’ 역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한 판도라은하단. 천문학자들은 50000개의 은하가 이 사진 한 장에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 제공
40억광년 거리의 판도라 은하단은 이름처럼 ‘우주의 판도라 상자’였다. 미 항공우주국이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의 근적외선 카메라로 관측한 ‘아벨2744’ 은하단, 일명 판도라 은하단 사진을 공개했다. 은하단은 수백개 이상의 은하로 구성된 은하 집단을 말한다. 3개의 은하단이 병합하는 과정에 있는 거대 은하단인 판도라 은하단은 ‘우주의 돋보기’로 주목받는 영역이다. 은하단의 강력한 중력이 훨씬 더 멀리 있는 은하의 빛을 끌어모아 증폭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를 중력렌즈라고 부른다. 나사는 제임스웹의 강력한 적외선 카메라와 판도라 은하단의 중력렌즈가 어우러져 이 영역에서 5만개의 은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판도라 은하단은 2014년 허블우주망원경이 상세히 관측한 바 있으나, 당시엔 은하단의 중심 부분에 국한됐다. 이번 관측을 이끈 피츠버그대 레이첼 베잔슨 교수(천문학)는 “판도라 은하단 사진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약간 당황스러웠다”며 “너무나 상세한 이미지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였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한 사진은 총 30시간 동안 한 번에 4~6시간씩 관측하는 방식으로 얻은 4개의 사진을 하나의 파노라마 사진으로 합친 것이다. 사진을 확대할수록 더 많은 은하를 볼 수 있다.
2014년에 허블이 관측한 판도라은하단 중심부. a, b, c라고 표시된 부분은 130억광년 이상 떨어져 있는 은하로 추정된다. 나사 제공
여름에 거리 측정 등 후속 관측 휘어진 형태의 빨간색 은하들은 중력렌즈 효과로 빛이 증폭돼 굴절된 것으로 판도라 은하단보다 훨씬 더 먼 우주에 있는 은하들이다. 사진 오른쪽 밑에는 이런 중력렌즈 은하 수백개가 있다. 허블이 보지 못했던 은하들이다.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는 “중력 렌즈의 확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매우 작게 보이는 빨간점은 초기 우주의 초대질량 블랙홀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관측팀은 사진을 상세히 살펴본 뒤, 거리 측정 등 후속 관측을 위한 은하를 선정할 예정이다. 후속 관측은 올해 여름 근적외선분광기로 진행한다.
2012년의 허블 익스트림 딥필드 사진. 나사 제공
제임스웹이 개척하는 딥필드 이번 사진은 허블보다 100배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제임스웹이 딥필드에서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딥필드란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깜깜한 밤하늘의 한 영역을 장시간 관측하면서 아주 희미한 빛을 모아 찍은 사진을 말한다. 최초의 딥필드 사진은 1995년 허블우주망원경이 북두칠성 부근 하늘에서 10일에 걸쳐 촬영했다. 허블은 보름달 지름의 30분의 1밖에 안되는 이 영역에서 3000여개의 은하를 포착했다. 이어 2003년엔 화로 별자리 인근 영역에서 1만개가 넘는 은하를 포착한 ‘허블 울트라 딥필드’, 2012년엔 울트라 딥 필드의 중심 부분에서 5500개의 은하를 추가로 포착한 ‘익스트림 울트라 딥필드’ 사진이 나왔다. 울트라 딥필드의 촬영시간은 100만초(11.3일), 익스트림 딥필드의 촬영시간은 200만초(22.5일)이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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