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 6월 처음 선보인 윈도우 11 베타 버전에서는 설치 가능한 권장 사양이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 2.0 (TPM 2.0)’ 이상을 지원하는 8세대 인텔 코어 i 시리즈, 7세대 코어 X 시리즈, AMD 라이젠 2000 시리즈 이상 프로세서로 설정되고, 그 이하 사양은 성능 여부와 관계없이 설치가 제한되어 논란이 일었다. 권장 사양이 시장의 예상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 10월 출시된 정식 버전에서는 2개 이상의 코어가 장착된 1기가헤르츠(GHz) 이상의 64비트 프로세서, 4GB RAM, 64GB 이상 저장공간을 갖춘 구형 컴퓨터도 윈도우 11을 설치할 수 있도록 사양이 낮아졌지만, 호환성 또는 기타 문제로 인해 컴퓨터가 손상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윈도우 11 컴퓨터,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대세
윈도우 11의 최소 설치 사양이 완화됨에 따라 2010년 이후 출시된 컴퓨터 대다수가 윈도우 11을 설치할 수 있게 됐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윈도우 10의 최소 사양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를 요구하므로 구형 컴퓨터에서 느리게 동작하거나 동작 자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최신 기능을 안전하게 활용하길 원한다면 권장 사양 이상의 데스크톱을 맞추는 게 권장된다.
지금 시점에서 제일 이상적인 제품은 지난 10월 27일(현지 시각) 출시된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엘더레이크)는 10나노미터(nm) 기반의 ‘인텔 7’ 공정으로 제조된 인텔의 최신 프로세서로, 제조 단계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윈도우 11의 다양한 최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윈도우 11과 잘 맞는 이유는 윈도우 11에 기본 탑재된 ‘인텔 스레드 디렉터(Thread Director)’ 때문이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데스크톱 프로세서로는 최초로 성능 코어(Performance-core)와 효율 코어(Efficient-core)로 구성돼있다. 게임이나 편집 작업 등 고성능 작업에는 성능 코어와 효율 코어가 동시에 동작하고, 웹 서핑이나 문서 작업 등 저부하 작업에는 효율 코어만 동작해 고성능 컴퓨팅 환경과 저전력 환경을 동시에 충족한다. 스레드 디렉터는 작업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판단해 성능 코어와 효율 코어에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는 16코어 24스레드 기반의 최상급 프로세서인 코어 i9-12900K/12900KF, 12코어 20스레드 기반 고성능 게이밍 프로세서인 i7-12700K/12700KF, 10코어 16스레드 기반의 게이밍 프로세서인 i5-12600K/12600KF까지 총 여섯 개 프로세서가 동시에 출시돼있고, 보급형 프로세서는 추후 출시될 예정이다. 각 프로세서는 16레인 구성의 피시아이 익스프레스 5.0(PCI Express 5.0) 버전을 지원하며, 최대 4800MT/s(최대 메모리 속도)의 DDR5 메모리를 장착할 수 있다. 차세대 규격인 피시아이 익스프레스 5.0와 DDR5를 채용한 건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최초다.
인텔 브릿지 기술도 윈도우 11에 탑재된 핵심 기능 중 하나다. 이번 윈도우 11에는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을 윈도우에 그대로 설치해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다. 원래 데스크톱 및 노트북은 x86 아키텍처 기반이고, 안드로이드는 Arm 칩세트로 동작해 서로 간에 앱, 체계가 호환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텔이 개발한 ‘인텔 브릿지’ 기술은 실시간으로 명령어를 체계에 맞게 번역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데스크톱에 호환되도록 한다. 해당 기능은 윈도우 11 설치를 지원하는 모든 컴퓨터에 제공되지만, 인텔 브릿지 활용 빈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개발 주체인 인텔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게 좋다.
고성능 인터페이스 규격인 썬더볼트 4, 와이파이 6E 지원도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장점 중 하나다. 썬더볼트 4는 개인용 데이터 인터페이스 중 가장 빠른 40Gbps(초당 5기가바이트)의 전송 속도를 지원하며, 외부 저장장치와의 데이터 전송 및 충전, 디스플레이 연결, 외장형 그래픽 카드 연결, 네트워크 연결, USB 입력 등 다양한 기능을 단자 하나로 해결한다. 썬더볼트 4는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할 메인보드도 함께 지원해야 쓸 수 있다. 아울러 최신 무선 인터넷 규격인 와이파이 6E 역시 인텔이 직접 칩세트를 개발하고 있어서 드라이버 및 장치 호환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기술 모두 인텔이 개발하거나 관여하고 있는 만큼,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활용할 때 호환성이나 업데이트 지원 등에서 더욱 유리하다.
준수한 가격에 높은 성능, 어떤 구성 가능할까?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권장되는 이유는 단순히 윈도우 11 호환성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차세대 규격을 채택해 몇년 후에 그래픽 카드나 램을 교체하더라도 호환되고, 가격대 성능비도 좋다. 12세대 전체 라인업 중 중간 성능에 해당하는 인텔 코어 i5-12600K는 10세대 최상급 프로세서인 코어 i9-10900K보다도 성능이 약 10~12% 정도 높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절반에 가까운 37만 원대여서 가격대비 성능비가 높은 데스크톱을 조립하고자 할 때 적합하다.
그래픽 카드를 제외한 완본체는 약 100만 원 내외로 구성할 수 있으며, 90만 원대 중반인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60 12GB와 조합한다면 현재 출시된 거의 모든 게임을 FHD 해상도 60~100프레임으로 온전히 즐길 수 있다. 부족함 없는 게이밍 성능과 크리에이터 작업 용도라면 인텔 코어 i5-12600K 혹은 i7-12700K가 가장 합리적인 제품이다.
최상의 게이밍 구성을 찾는다면 인텔 코어 i9-12900K가 최상의 선택지다. 제품 리뷰 등을 통해 확인된 인텔 코어 i9-12900K는 현재 출시된 게이밍 데스크톱용 프로세서 중 가장 성능이 높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73만 원대로 납득할만한 수준이다. 온도 유지를 위해 고성능 수랭식 쿨러를 함께 맞춰야 하지만, 작년에 출시된 AMD의 최상급 프로세서 라이젠 9 5950X가 아직 90만 원대인 점을 고려한다면 인텔 코어 i9-12900K를 선택하고 고성능 쿨러를 구매하는 게 더 낫다.
제품 구성은 그래픽 카드를 제외하고 약 170~200만 원대로 가능하며,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80 10GB와 조합하면 약 400만 원 정도로 맞출 수 있다. 이 정도 조합이면 현존하는 모든 게임을 4K 60프레임 정도로 즐길 수 있고, 이보다 낮은 FHD 혹은 QHD 해상도라면 120~200프레임 내외로 부드럽게 플레이할 수 있다. 최상의 게이밍 성능을 원하거나, 빠른 작업이 곧 생명인 전문가라면 코어 i9-12900K만 한 제품이 없다.
다가오는 윈도우 11, 효율 고려하면 새 컴퓨터를 추천
윈도우 11로 불거진 최소 사양 논란은 평소 컴퓨터 성능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윈도우 11을 설치할 수 있는가 여부에 따라 본인 컴퓨터가 신형인지 구형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잣대가 된 것이다. 만약 윈도우 11을 설치할 수 있는 신형 컴퓨터라면 언제 윈도우 11 업데이트를 할지만 걱정하면 되지만, 반대로 윈도우 11 설치 시 문제가 생길 정도로 구형 컴퓨터라면 얘기가 다르다. 최신 운영체제를 설치할 수 없다는 게 아닌, 보안이나 호환성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작업이 어려워질 수 있는 조건임을 알아야 한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는 사용자가 가장 많은 윈도우 10을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윈도우 11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는 윈도우 11을 기준으로 만들어진다. 만약 본인의 컴퓨터가 윈도우 11 지원 대상이 아니라면, 이번 계기를 통해 차세대 규격을 채용한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기반의 데스크톱을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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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하는 윈도우 11, '1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제격인 이유는?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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