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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March 20, 2022

금성 하늘 나는 가오리 드론…나사가 꼽은 미래 우주기술 17가지 - 한겨레

미 항공우주국, 기초연구 지원할 아이디어 선정
금성 대기와 구름을 조사하는 가오리 드론. 나사 제공
금성 대기와 구름을 조사하는 가오리 드론. 나사 제공
“우주비행사가 신체 스캐너 안으로 들어간다. 몇시간이 지난 뒤, 우주비행사는 그의 몸에 딱 맞게 제작된 우주복을 입고 화성 땅을 활보한다. 그의 우주복에는 화성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산소를 만들어내는 산소발생기가 부착돼 있다. 덕분에 지구에서처럼 마음껏 산소를 들이마시며 임무를 수행한다. 금성에선 새 모양의 드론이 하늘을 휘젓고 다니며 대기와 날씨를 조사한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아직은 상상의 영역에 있지만 언젠가는 현실이 됐으면 하는 미래의 우주 기술 17가지를 최근 선정해 발표했다. ‘나사 혁신첨단개념’(NIAC)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의 목표는 우주 탐사 활동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환상적인 아이디어를 선정해 지원하는 것이다. 나사는 실현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17가지 아이디어에 모두 510만달러의 초기 연구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디지털 및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우주복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재봉 기술. 나사 제공
디지털 및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우주복을 만들어내는 디지털 재봉 기술. 나사 제공
휴대용 산소발생기와 맞춤형 우주복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휴대용 산소발생기와 맞춤형 우주복의 결합이다. 두 기술이 현실화할 경우 화성에서도 지구처럼 마음껏 활보할 수 있다. 우선 텍사스A&M대가 제안한 우주복은 디지털 스캐닝과 설계, 분석 그리고 로봇을 이용한 3D 프린팅 제조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나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18벌의 우주복이 제작돼 200여명의 우주비행사가 착용을 했다. 그러나 많은 우주비행사가 기존 우주복에 대해 어깨 부상, 손톱 상실, 압박감 등의 불편과 고통을 호소했다. 나사는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불편을 해소하고 제작 시간과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휴대용 산소발생기는 애리조나주립대 연구진의 아이디어다. 열흡탈착(TSSD) 방식의 이 산소발생기는 지난해 퍼시비런스에 탑재돼 화성에 간 ‘목시’보다 효율이 10배 높다. 산소발생에 필요한 온도가 목시는 최고 800도이지만 새 방식은 260도면 된다. 만약 기술 개발에 성공할 경우 화성 탐사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핵심 장비가 될 수 있다.
행성을 비추는 항성의 빛을 차단해 주는 별빛가리개(스타셰이드). 나사 제공
행성을 비추는 항성의 빛을 차단해 주는 별빛가리개(스타셰이드). 나사 제공
행성 관측능력 높여주는 별빛가리개
우주배경복사 연구로 노벨물리학상(2006년)을 받은 고다드우주비행센터의 존 매더 박사(천체물리학)는 지구와 같은 외계행성을 찾아내는 ‘지구형 외계행성 하이브리드천문대’(HOEE)를 제안했다. 우주의 지름 100미터짜리 ‘별빛가리개’(starshade)와 지상의 천체망원경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해바라기꽃 모양의 별빛가리개는 간단한 발상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외계행성을 또렷하게 관측하려면 주변을 어둡게 해줘야 하는데, 별빛가리개로 지구보다 100억배 더 밝은 태양 빛을 가려주면 되지 않느냐는 발상이다. 따라서 별빛가리개가 제 역할을 발휘하려면 지상의 망원경과 짝을 이뤄야 한다. 현재 건설 중인 거대마젤란망원경(칠레), 30미터망원경(하와이), 초거대망원경(칠레) 등이 이 별빛가리개와 결합해 운용할 후보들이다. 빌빛가리개와 망원경이 짝을 이룰 경우 역대 가장 강력한 행성추적장치가 탄생하게 된다.
MIT 연구진은 낙하산과 풍선을 이용해 금성 대기에서 표본을 수집한 뒤, 이를 우주선에 싣고 지구로 돌아오는 기술을 제안했다. 나사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MIT 연구진은 낙하산과 풍선을 이용해 금성 대기에서 표본을 수집한 뒤, 이를 우주선에 싣고 지구로 돌아오는 기술을 제안했다. 나사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뜨거운 금성 표면에 닿기 전에 풍선 방출
금성 탐사에 관한 두 가지 기술 제안도 눈길을 끈다. 금성은 표면 기압이 지구의 90배에 이르고 평균 온도가 400~500도나 돼 탐사하기가 매우 어려운 행성이다. 첫째는 쥐가오리의 근골격계에서 영감을 얻은 팽창형의 새 모양 드론 ‘브리즈’(BREEZE)다. 매사추세츠공대(MIT) 과학자들이 제안한 이 드론은 금성의 대기와 날씨를 연구하기 위한 다목적 비행장치다. 풍속계, 자력계, 질량분석기, 카메라 등을 탑재하고 고도 50~60km 상공에서 4~6일에 한 번씩 금성을 일주하면서 대기를 조사한다. 이 대학의 사라 시거(Sara Seager) 교수는 극한 환경의 금성 토양에 착륙하기 전에 고고도 풍선을 방출해 기체와 구름 표본을 수집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탐사선이 대기에 진입한 직후 낙하산을 펼쳐 속도를 줄인 뒤 풍선을 방출한다. 탐사 활동을 마친 뒤에는 풍선에 탑재된 추진장치를 이용해 고도를 다시 높여 궤도선과 결합한다. 수집된 표본은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한다. 시거 교수는 영국 카디프대 연구진과 함께 금성의 대기에서 포스핀(수소화인)이라는 물질을 발견해 2020년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발표한 바 있다. 수소 원자 3개와 인 원자 1개로 이뤄진 ‘수소화인’(PH3)은 지구에서 주로 혐기성 생명체, 즉 늪처럼 산소가 희박한 곳의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이어서 당시 이 발견은 금성의 생명체와의 관련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목받았다. 생선 썩은 냄새가 수소화인이다.
한 번 발사로 완성하는 팽창형 우주 인공중력 장치. 나사 제공
한 번 발사로 완성하는 팽창형 우주 인공중력 장치. 나사 제공
150배로 팽창하는 1km 인공중력 구조물
카네기멜론대 연구진은 한 번 발사로 완성할 수 있는 회전식 거대 인공중력 구조물을 제안했다. 우주에서 원심력으로 인공중력을 만든다는 것은 사실 해묵은 아이디어다. 문제는 사람이 회전 공간을 견뎌넬 수 있느냐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은 3rpm(1분당 회전 수)의 낮은 회전 속도에도 견디기 어려워한다. 회전수를 1~2rpm으로 낮추면서 1기압의 인공 중력을 발생시키려면 1km 규모의 구조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거대 구조물을 우주에 만들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든다. 연구진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150배 팽창률을 가진 원통형 구조물로 이를 한 번에 끝낸다는 것이다. 이 기술 제안은 이미 1단계 연구를 끝내고 이번에 2단계 연구 과제로 선정됐다.
화성의 지하동굴을 탐험하는 리치봇. 사자 제공
화성의 지하동굴을 탐험하는 리치봇. 사자 제공
공상과학에서 현실과학으로 가는 첫 걸음
이밖에 화성의 지하 동굴을 탐험하는 소형 로봇 ‘리치봇’(ReachBot), 수중 마이크로로봇군단 ‘스윔’(SWIM) 등이 17가지 지원 아이디어에 포함됐다. 이번에 선정된 연구개발 과제 17가지는 아직 나사의 공식 프로젝트에 편입된 것은 아니다. 연구실의 공상과학을 우주기관의 현실과학으로 가져오는 첫걸음을 시작했을 뿐이다. 1단계 연구가 12가지, 2단계 연구가 5가지다. 1단계 연구 과제엔 9개월간 각각 17만5천달러씩, 2단계 연구과제엔 2년간 60만달러씩이 주어진다. 팸 멜로이(Pam Melroy) 나사 부국장은 “인간과 로봇이 함께 탐사하는 한층 어려운 고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미래지향적 사고가 새 이정표에 도달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연구 개념들이 가능성의 영역을 현실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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