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라이크를 개조하다가 나사가 몇 개 빠졌다
'소울라이크'는 어느덧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잡은 단어가 됐습니다. 2시간 내 환불 혹은 튜토리얼 하다가 고인물에게 도움! 을 요청하게 된다는 매운맛 때문에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는 유저층도 분명 있지만, 그 특유의 죽고 또 죽으면서 어떻게든 극복해나가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기도 하죠. 더군다나 플레이타임을 확보해야 하는 최근의 게임계 흐름상, 반복 도전으로 플레이타임을 늘릴 수 있는 소울라이크는 상당히 매력적인 장르이기도 합니다.
그런 연유에서 소울라이크는 이제 본가인 프롬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개발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장르가 됐습니다. 지난 8일에 출시된 '스틸라이징'도 그 중 하나죠. 오토마타들이 활보하는 가상의 프랑스 혁명 시기를 무대로 한 작품으로, 유저는 그 중 한 오토마타가 되어 격동의 현장을 직접 뛰어들게 됩니다. 그 과정을 소울라이크로 그려내면서, '오토마타'라는 소재와 프랑스 혁명 시기의 분위기에 맞춰 꾸며낸 것이 특징이죠.
게임명: 스틸라이징(Steelrising) |
개발사: 스파이더스 스튜디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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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이라는 맛깔난 소재에 잘맞춘 디자인과 기본기
보통 '소울라이크'하면 아무래도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자연히 연상하게 됩니다. 소울라이크의 본가 프롬의 게임들 중 '소울'이 붙거나 혹은 그 원류로 불리는 작품들이 대부분 다 어두컴컴한 배경이고, 그래서 집중하지 않으면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적의 일격을 맞기 일쑤였죠. 아트적으로나 레벨디자인적으로나 일리가 있는 구성이었으니 본가를 참고로 한 시리즈라면 그런 어둑어둑한 화면을 참조하기 마련이었죠.
그렇지만 '스틸라이징'의 화면은 결코 어둡지가 않습니다. 물론 타 액션 게임이나 RPG 등에 비하면 조금 그림자가 많이 져있긴 하지만, 흔히 생각하는 소울라이크에 비교하면 밝은 편이죠. 이런 점들이 처음 공개됐을 때 유저들의 평이 갈라진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소울라이크하면 떠오르는 공식과 잘 부합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시간이 흘러 소울라이크를 표방하는 작품들이 무조건 어둡기만 한 건 아니긴 합니다. 액션 스타일에서 그 부분을 살리면서, 다른 부분에서는 자신에게 맞게 스토리나 설정을 풀어나가는 유형도 있으니까요. '스틸라이징'은 굳이 따진다면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울라이크하면 떠오르는, 스토리 전개나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힌트 몇 개 딸랑 내주는 그런 식도 아니고 역사의 일부를 모티브로 따와서 자기식대로 풀어내는 과정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이미 앞서 언급했다시피, '스틸라이징'의 배경은 프랑스 혁명 시기입니다. 역사와 다른 게 있다면, 루이 16세가 도피하거나 하지 않고 오히려 '오토마타'를 적극 활용해서 혁명군을 과격하게 진압하기로 마음 먹었다는 점이죠. 생클루 궁에 피신해있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는 파리 곳곳이 불타는 모습을 보게 되고,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 자신을 호위하는 오토마타, '이지스'를 파리로 파견하게 됩니다.
스토리의 퀄리티에 대한 평가는 개인차가 있지만, 일단 그 역사의 현장에 있다는 느낌은 라파예트 후작이나 로베스피에르 등 실존 인물들과 만나거나 곳곳이 불타고 있는 파리 시내를 보면서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역사를 꼭 알아야 하거나 눈에 새겨둘 정도로 연출을 잘 볼 필요는 없고, 그 시대를 보여주고 분위기를 내기 위한 장치 정도라 그냥 지나가도 무방하긴 합니다. 보면서 "이렇게 해석했구나" 정도로 넘어갈 정도로 조율해놨기 때문이죠.
다만 소울라이크가 이곳저곳에서 자료를 자기가 직접 훑으면서 곳곳의 경관을 눈여겨보고 이른바 '프롬뇌'를 굴려야 뭔가 아귀가 맞춰지는 구성이라면, 스틸라이징은 이 프랑스 혁명이라는 소재가 바로 피부로 와닿게 짜뒀다는 게 다르죠. 그리고 루이 16세가 역사와 달리 왜 그렇게 미친 듯이 강경하게 진압하고, 갑자기 오토마타에 집착하게 되었나는 일일이 찾아가지 않고 계속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가도록 배치했습니다.
그것만 보면 소울라이크 느낌이 안 산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 내막을 찾아서 파리 깊은 곳으로 가면서 그 스멜이 조금씩 번져갑니다. 초반에 패턴이 단순하던 오토마타들만 나오다가, 파리 시내로 가면 갈수록 귀찮고 번거로운 패턴으로 무장한 강력한 오토마타들이 등장하면서 그 압도적인 화력에 파괴되어버린 거리의 모습과 처참히 당한 시민들의 모습, 그래서 빛이 사라져버린 도시의 어둑어둑한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까요. 물론 그 사이사이에 숨어서 강력한 일격을 먹이는 적들의 비중도 점점 높아지고, 한치도 방심할 수 없는 순간이 계속 이어지죠. 그러면서 급변하는 역사의 분위기도 슬쩍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몰입감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소재에 맞춰서 잘 짜맞춰진 디자인, 그리고 피하고 패링하면서 때리는 기본기에 충실한 액션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18세기에 저렇게 사람 같은 자동인형이 있나 의문이긴 하겠지만, 자동인형 자체는 그때에도 이미 있던 개념이니까요. 거기에 연금술 등 다소 상상력을 불어넣으면서도, 틈틈이 그 시대에 그런 걸 만들 법한 사람 이름이나 학설 등이 깨알 같이 들어있죠.
자동인형들은 처음에는 부실한(?) 것들만 나와서 모션도 좀 엉성하고 판정도 그리 좋지 못하지만, 점차 그럴싸한 개체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제때 피하지 않거나 아니면 사전에 뭔가 조치를 취해두지 않으면 위험할 상황들이 연출되기 시작합니다. 더군다나 유기체가 아니라 자동인형인 만큼, 경직도 별로 없어서 빈틈을 노려서 때려도 무력화가 처음에는 생각만큼 잘 안 되죠. 그래서 긴장의 끈을 계속 유지하면서 피하고, 패링한 뒤에 치고 또 피하거나 패링하는 일련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야만 합니다.
주인공도 자동인형인 만큼, 그 점을 살려서 여러 편의 기능을 지원해 소울라이크식으로 플레이할 수도, 혹은 그보다 좀 더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띄었죠. 플레이하면서 얻는 각종 부품이나, 업그레이드를 거치면서 액션의 폭도 넓어지는 건 물론이고 나침반 및 각종 소모품으로 소울류가 익숙하지 않은 유저가 길찾기나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게끔 도움을 주는 요소도 밸런스가 잘 갖춰졌습니다.
치명적인 한 끝 차이를 만들어내는 발적화
그 일련의 과정이 트리플A급으로 구성된 건 아니긴 합니다. 일단 그래픽부터가 잘 훑어보면, 트리플A급 게임과 비교해봤을 때 디테일이 부족하다거나 좀 엉성해보이는 모습들이 곳곳에 눈에 띄거든요. 그럼에도 프랑스 혁명과 오토마타라는 맛깔난 소재를 소울라이크라는 양식을 곁들여서, 나름의 스타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긴 합니다. 최적화 문제만 없었다면 말이죠.
앞서 스틸라이징이 분위기나 기본기 같은 것들이 나름 잘 짜여져있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왜 스팀 평가가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모호한 점수를 받았나 궁금하실 겁니다. 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최적화 이슈죠. 앞서 말한 것처럼 트리플A급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그래픽인데, 스틸라이징은 그 최적화 이슈가 최초 프롤로그 영상이 이어질 때부터 좀 불안불안합니다. 로딩부터가 꽤 긴 편이니까요.
스틸라이징의 요구 사양부터 살펴보자면 최소 사양이 i7-3770 혹은 라이젠5 1400에 RTX 2060급이고, 권장 사양은 i7-8700 혹은 라이젠5 3600X에 RTX 2070슈퍼 혹은 RTX 3060급입니다. 배틀필드 2042가 그 정도 사양을 요구하는데, 잡다한 것은 냅두고 그래픽 퀄리티만 따졌을 때 스틸라이징이 거기에 비빌 바는 아니죠.
더군다나 스틸라이징은 옵션에 타협을 해도 프레임이 중간에 뚝, 뚝 끊기는 현상 자체가 해소가 잘 안 되는 게 더 큽니다. 적이 한둘 나오는 초반부야 그렇다쳐도 특수한 적과 일반 적들이 엉켜서 나오는 구간은 옵션 타협을 안 했다고 치면 처음에 일단 한 번 버벅이는 건 겪을 거 같다 각오는 해야 합니다. 그게 처음에 이펙트와 함께 등장할 때 나오면 차라리 양호한 거고, 중간에 적이 공격할 때 프레임이 좀 끊긴다? 그러면 일단 마음의 준비는 해두는 게 속편할 겁니다.
처음에는 설정이 기계라고 끊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품이 갖춰지고 액션이 완성된 순간에도 그런 현상이 이어지는 만큼 그 완성도에 대해서 어떻게 봐도 좋게 말하기가 어려운 셈이죠. 그것뿐만 아니라 그 버벅거리는 현상 때문에 중간에 끼어버리는 일도 있고, 컷씬이 나온 뒤에 위치가 갑자기 바뀌어있는 등 전체적으로 뭔가 잘 안 맞는 구석들이 계속 눈에 밟힙니다. 그냥 적들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자신이 해야 할 것만 충실히 할 수 있는 환경만 됐어도 그게 옥의 티 정도로 이야기하겠는데, 원체 버벅거리고 무언가 삐걱거리다보니 자꾸 그 원인처럼 보이는 요소들이 수면에 드러나면서 신경이 계속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콘솔판은 괜찮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해상도와 그래픽 퀄리티를 낮추고 프레임 속도만 확보한 프레임 모드가 아니고서는 그 묘하게 버벅거리는 느낌이 쭉 이어지거든요. 특히나 해상도 모드로 가면 아무도 없는 공도를 달릴 때도 쭈삣거리는 듯한 모양새가 나오니 갑갑합니다. 오토마타라 그렇다고 감싸주기엔 프레임 모드 때와는 상당히 차이가 심하기 때문이죠.
소울라이크라 부를 수 있을까 싶은 의문점들
그렇게 겉으로 드러난 부분만 미흡하다면 모르겠는데, 점점 더 플레이하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보면 그 내부 시스템도 허점이 많이 드러난 게 '스틸라이징'의 또다른 문제입니다. 앞서 스틸라이징의 외형이 소울라이크답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 그럼에도 소울라이크라고 볼 수 있는 이유를 대면서 장점을 짚어주다보니 모순이 생긴 셈인데, 좀 더 파고들면 다른 측면에서 '소울라이크'라고 보기 힘든 요소들이 눈에 띄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일단 '소울라이크'하면 기본적으로 어느 한 패턴, 꼼수 하나만으로 끝까지 쭉 이어지는 구도를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어떻게 보면 잘 피하고 때린다는 원 패턴으로 클리어하는 게임이긴 한데, 그 피하는 타이밍이나 공격하는 타이밍 그리고 방식이 매번 똑같지는 않으니까요. 그 각기 다른 패턴과 타이밍을 숙지하고 각종 변수에 대응하는 컨트롤을 쌓는 것이 소울라이크를 플레이하면서 기대하게 되는 플레이 양상입니다.
그런데 스틸라이징은 좀 더 파고들면 꼼수가 너무도 많이 보이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본가의 소울라이크처럼 완전 어렵게 하기보다는 좀 맛을 순하게 다듬는 유형도 최근에 많다지만, 그런 유형들도 어떤 한 꼼수가 거의 대부분의 적에게 통용되게 설계하는 일은 없죠.
그런데 스틸라이징은 꼼수들이 거의 일괄적으로 다 통해서 한 번 꼼수를 알게 되면 그걸로 거의 일방통행이 가능해지는 게 문제죠. 특히 서리 공격이 거의 어지간한 적에게 다 들어먹혀서, 그냥 연금술만 죽어라 모은 뒤에 빵빵 쏴서 얼리고 박살내면 어지간한 관문은 그냥 통과일 정도입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여러 속성 무기들이 효과가 너무 좋고 지속 회복 물약이라 할 수 있는 일반 기름은 상당히 자주 주는 편이라 그걸 쓰기 시작하면 너무 싱거워지는 느낌이죠.
그런 꼼수를 굳이 안 쓰더라도 패링의 성능도 원체 좋아서 패링 불가 공격만 아니라면 원거리 투사체건 뭐건 그냥 튕겨내고, 바로 그 빈틈에 반격을 꽂아넣는 패링 원툴 게임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게 아니면 회피로 피해주면 그만인데, 회피 성능이 원체 좋다보니 연달아 쓰는 횟수나 스태미나 소모량도 그렇게 많지도 않습니다.
물론 패링 타이밍은 적마다 제각각이긴 한데, 어쨌거나 기계들 모션이 상당히 엉성하고 동작도 큰 데다가 선딜이 좀 있어서 처음 보는 패턴도 방심하지만 않으면 패링 성공률이 꽤 높습니다. 그게 자신 없으면 회피 성능도 꽤 좋아서 그냥 뒤로 살짝 빠지면 맞을 일도 별로 없고요. 중간중간 다른 적들이 난입할 때가 좀 문제고, 락온 전환이 꽤 먼 곳에 있는 적까지 자동으로 짚어줘서 조작 실수를 조금만 해도 시야가 좀 막히긴 하지만 정 위급할 때는 회피 두세 번 쥐어짜내는 것만으로도 안전거리로 이탈하는 것도 무리가 없으니까요.
또 소울라이크하면 각 무기 빌드마다 다른 플레이스타일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스틸라이징은 앞서 말한 것처럼 각 무기마다 어느 패턴이 너무 괴랄할 정도로 디자인이 엉성하고 스탯 관련 사항도 구멍이 나있습니다. 초반에 연금술 무기는 패링을 지원 안 해서 힘든 반면에 힘이나 민첩 무기는 스탯을 올리면 무력화나 넘어뜨리기가 굉장히 쉬워지죠. 심지어 힘을 풀로 올려서 중량 무기로 풀차징 공격을 하면 중간보스급도 무기력 상태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물론 풀차징한 공격이 적에게 꽤 큰 대미지를 입히는 건 어느 게임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스틸라이징은 그거 원툴로 공략이 가능할 만큼 맥이 빠지는 게 문제죠. 보통은 그렇게 한 패턴을 당하면 무한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설정하겠지만, 스틸라이징은 한 번 패턴 통하기까지가 좀 귀찮지 슈퍼아머 벗겨내고 한 바탕 휘저어두면 그 뒤는 그냥 소위 날먹이 가능할 정도로 허술한 부분이 눈에 보입니다. 물론 꼼수만으로 다 클리어하기엔 잡몹 많은 구간들도 있어서 떄론 정공법으로 가야 하지만, 원체 허점이 너무 잘 드러나서 자기도 모르게 꼼수식 플레이로 빨리빨리 잡고 넘어가게 될 정도라 대략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좀만 노가다해서 레벨업하고 끌어올리면, 뭔가 좀 김이 새어버리게 되니까요.
프랑스 혁명, 그리고 오토마타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소울라이크를 개조하고자 한 '스틸라이징'의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흥미를 갖게 만들기엔 충분했고, 초반의 다소 어색한 부분도 오토마타라는 소재로 넘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파리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강력한 개체들이 나오고 부품도 갖춰지면서 소울라이크 스타일을 기반으로 오토마타와 여러 설정을 살린 특유의 액션의 맛도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트리플A급에 비하면 다소 어설프고, 그냥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혁명의 격류에 휩쓸려버린 사람들이나 그 안에서 역사를 그려가는 사람들의 단면도 훑어볼 만하게 그려내기도 했고요.
그렇게 겉으로 훑어보면 이상적으로 설계된 '스틸라이징'이지만, 속을 파고 들면 파고들수록 괴리감이 듭니다.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 것이 매끄럽게 구동하는 것 같았는데, 그게 너무 과하게 일률적으로 먹혀들어서 어설픈 꼼수가 먹혀드는 미완성의 디자인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격동기의 파리의 정경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노력한 건 좋지만 최적화 이슈 때문에 정작 중요한 게임플레이에서 가끔씩 무언가 걸리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특히 소울류에서는 프레임 드랍이 치명적인데, 그 이슈가 틈만 나면 언급될 정도인 것도 큰 문제죠.
프랑스 혁명이라는 무대를 재해석해서 보여주고자 했던 시도도, 중간중간 엉켜버린 게임플레이의 실타래 때문에 그리 반응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보게 되는 터라 온전히 평가받기도 어려웠습니다. 역사적인 인물이 등장하면서 혁명 시기의 분위기를 한층 더 실감나게 내놓은 건 좋지만, 스토리 연출이 그런 요소들을 뒷받침할 정도로 좋냐 물으면 그건 또 애매합니다. 퀄리티나 전개도 역사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다보니 그냥 이렇게 재해석했구나, 정도 수준이고 서브퀘스트가 곳곳에 숨어있는 편이라 찾는데 동선이 매끄럽지도 않고요. 거기다가 다회차 플레이도 지원하지 않아서 한 번 할 때 서브퀘까지 다 훑고 가는 걸 강제하는 구성이라 중간에 지칠 우려도 있습니다.
소울라이크를 기반으로 이것저것 새로 이어붙이면서 자신만의 매력을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는 그간 여러 곳에서 이어졌지만, 그것이 모두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스틸라이징'의 경우는, 성공이냐 실패냐라고 하기보다는 '미완성'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적화 문제나 버그, 어설픈 꼼수가 먹히는 부분들만이라도 개선되면 느낌이 좀 달라질 것 같으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풀프라이스에 가까운 가격으로 즐기기엔 좀 애매한 만큼, 당장 개봉해서 즐기기보다는 조금 시일이 지나 게임이 안정되고 무르익은 이후에 훑어보는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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