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길이 4m에 중량 100㎏ 로봇 개발…톱니 돌려 움직여
원격조종 아닌 자율운행…설산·모래밭 등에서 운동능력 시험
잠시 뒤, 감지기에서는 해조류와 유사한 단세포 생물이 확인됐다는 경이로운 메시지가 뜬다. 지구 밖에서 생명체가 처음 확인된 순간이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발견에 탐사대원들은 모두 흥분한다. 그 순간, 야외조사 중이던 대원의 발밑 얼음에서 무언가가 꿈틀댄다. 정체를 알아볼 새도 없이 순식간에 얼음이 깨지더니 대원은 얼음 아래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2013년 개봉한 공상과학영화 <유로파 리포트>의 한 장면이다. 유로파는 실제 존재하는 목성 위성이다. 우주과학계는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인 유로파에 지하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본다. 특히 바다에서 생명체가 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흥미로운 내용을 담았지만 <유로파 리포트>에선 하나 의문스러운 대목이 있다.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를 야외조사에 사람이 선뜻 나섰다는 점이다. 유로파까지 유인 탐사선을 보낼 과학기술 수준이라면 사람에 앞서 로봇을 내보내는 게 자연스럽다.
■ 총길이 4m…관절로 몸통 연결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의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진이 다른 천체에서 활동할 로봇을 진짜 개발하고 있다고 공식 자료를 통해 밝혔다. ‘EELS’라는 명칭이 붙은 이 로봇이 투입될 곳은 토성 위성 ‘엔켈라두스’다. 엔켈라두스도 유로파처럼 표면은 얼음으로 덮여 있고, 내부에는 지하 바다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체다.
이 로봇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겉모습이다. JPL이 인터넷에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로봇은 모두 10개의 짧은 막대가 관절을 통해 기차처럼 일자로 연결된 몸통을 지녔다. 길이는 4m, 중량은 100㎏이다. 크고 무거운 ‘로봇 뱀’이다.
JPL에 따르면 로봇 뱀은 지상의 장애물을 돌파한 뒤, 궁극적으로 지하 바다까지 들어가 헤엄칠 예정이다.
로봇 뱀 몸통에는 나선형 톱니가 여러 개 달렸다. 총 48개의 모터로 이 톱니들을 돌린다. 이때 생기는 회전력으로 레슬링 선수처럼 몸을 굴린다. 배를 바닥에 댄 채 ‘S’자를 그리며 몸을 반복적으로 흔들 수도 있다. 모두 지상 또는 바닷속에서 이동을 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동력은 전기에서 얻는다. 엔켈라두스에는 바다에서 솟아오른 수증기가 얼음 지각 밖으로 분출하는 간헐천이 있는데, 로봇 뱀은 이곳을 진입구 삼아 바다로 들어갈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해양 생명체 탐색이다.
■ 원격조종 없이 자율운행…라이다 장착
로봇 뱀은 인간이 원격조종하지 않고 자율운행한다. 이유는 먼 거리다. 지구와 엔켈라두스는 약 12억㎞ 떨어져 있다. 지구의 관제소가 전파를 쏴 작업 지시를 하고, 지시 내용을 이행했는지 보고받으려면 짧아도 총 2시간이 걸린다. 지구와 몇초면 교신이 가능한 달과는 상황이 다르다. 엔켈라두스 탐사 현장에서는 로봇 스스로 움직일 방향을 정하고, 난관을 만나도 알아서 해결하는 게 훨씬 낫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로봇 뱀에는 ‘라이다’가 달렸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쏴 전방에 있는 물체의 형태와 위치를 알아내는 센서다. 최근 지구에서는 자율주행차에 장착되고 있다. 연구진은 로봇 뱀에 2개 이상의 카메라도 달아 입체적으로 물체를 보는 능력을 줄 예정이다. 여기에 로봇 뱀이 알아서 최적화된 이동 경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고성능 컴퓨터도 탑재된다.
연구진은 로봇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지난해부터 눈과 얼음이 잔뜩 쌓인 산부터 돌과 모래밭이 공존하는 평지, 깎아지른 듯한 절벽, 가파른 분화구 내부, 울퉁불퉁한 용암 동굴 등에서 시험 운전을 하고 있다.
연구진에 속한 오노 히로 JPL 연구원은 NASA 공식 자료를 통해 “바퀴가 4개 달린 탐사 차량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정보는 많다”며 “하지만 알아서 움직이는 뱀 모양의 로봇을 설계하기 위한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올해와 내년까지 로봇 뱀의 운동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 뒤에는 로봇 뱀에 탑재할 과학 장비를 선별하는 데 노력할 예정이다.
토성 위성의 얼음바다 탐사를 위해…'뱀 로봇'은 오늘도 훈련 중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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